<소년한국일보 2008-02-10>

생명 위협받는 아이들 '숨은 신'이 구해 내야
전쟁에 휘말려 보호 받지 못하는 아프가니스탄 아이들
저마다 갖고 있는 물질·재능·시간을 함께 나누어야

얼마 전 책 한 권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제목은 '숨은 신'이었습니다. 이 책은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에 관한 내용이 담긴 그림책입니다.

천사가 초라한 옷을 입은 여자 어린이에게 예쁜 드레스를 그려서 입혀 주고, 총을 단단히 쥐고 있는 소년병의 손에는 노란 꽃 한 송이를 그려 주기도 합니다.

또 아이들이 뛰어노는 한 동네 활짝 핀 예쁜 꽃들을 비처럼 뿌려 줍니다. 의젓한 모습을 한 어린 소녀에게는 장차 지도자가 될 것이라며 머리 위에 왕관을 올려 놓기도 합니다.

이 책의 서문에는 이런 글이 나옵니다.

몇 년 전에, 우연히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텔레비전에서 보았다. 열 살쯤 된 소년이 그 보다 조금 어린 여동생을 데리고 풀만 듬성듬성 자랄 뿐인 황야를 헤매며 살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소년은 마른 풀을 모아 부싯돌로 불을 피웠다.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다 불을 키웠다. 찌그러진 그릇을 주워 물을 끓였다. 거기다 풀을 데쳐서 여동생에게 먹이는 모습이 보였다.

기자가 소년에게 물었다.

"소원은?"

소년이 말했다.

"밀가루와 기름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동생에게 맛있는 걸 해 줄 수 있을 텐데."

이후 작가는 이 장면을 평생 잊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부엌에 있는 밀가루와 기름을 볼 때마다 '그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밀가루를 구했을까?'하고 생각하곤 했답니다.

얼마 뒤 한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은 작가는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소년의 모습이 떠올라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작업이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라는 의문이 들때도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작가는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간절한 염원을 그려 넣었다고 합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세 가지가 없다고 합니다. 산에는 나무가 없고, 강에는 물이 없고, 밥그릇에는 밥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 반대로 세 가지가 많다고 합니다. 강한 나라들로 부터 공격을 많이 받고, 내전도 많고, 전쟁으로 장애인이 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지요.

아프가니스탄 국민의 평균 수명은 45 세 밖에 되지 않고, 유아 사망률도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사실 그 어떤 사람도 자신의 부모나 태어나는 곳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국가의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났든 아동은 깨끗한 물과 공기를 마시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으며, 안락한 가정에서 보호 받고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유엔 아동 권리 협약 제6조에는 '모든 아동은 고유한 생명권을 가진다. 국가는 최대한으로 아동의 생존과 발달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아울러 제20조에는 '가족이 없는 아동은 특별 보호 아동으로 정하고 그 아동에게 적합한 대리 부모나 시설에서 보호 받도록 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황폐한 아프가니스탄의 아동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이들을 돕고 있지만 지원의 손길은 크게 부족합니다. 또 이러한 일은 정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작가는 이 책을 만들어 아프가니스탄 아동들과 아픔을 나누고 그들의 권리를 찾아 주기 위해 노력한 것이지요. 이 작가처럼 지구촌 가족인 우리 모두는 각자 갖고 있는 물질, 재능, 시간을 그들과 함께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지구촌의 모든 이들이 다 함께 내딛는 한 걸음이야말로 생존과 발달을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들에게 큰 힘을 주는 '숨은 신'일 것입니다.

/김인숙(세이브더칠드런 부회장ㆍ중앙 아동 권리 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