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난민아동의 아버지, 욤비 토나 씨를 만났습니다

지난 2월 6일 세이브더칠드런이 주최한 난민아동 포럼, 그 어느 참석자보다 뜨거운 목소리로 청중의 귀를 사로 잡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난민아동 부모 대표로 참석한 욤비 토나 씨였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자녀와 다른 난민아동들이 한국에서 겪은 일화를 꺼내놓으며 아이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그의 이야기에 따라 사람들은 놀라 숨을 들이키기도 하고, “이를 어째!”하며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욤비 씨의 재치 있는 농담에 포럼장이 웃음바다로 변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난민아동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욤비 토나 씨. 포럼이 있기 며칠 전,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먼저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오랫동안 국내 난민과 관련해 많은 활동을 펼쳐왔던 그이지만 최근 콩고에서의 이야기부터 한국에 와서 난민 인정을 받고, 가족과 재회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서전 형식으로 담은 <내 이름은 욤비>라는 책을 낸 이후로는 부쩍 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한 차례 방송 인터뷰를 마치고 또 다른 방송 촬영을 앞두고 잠시 짬을 낸 그로부터 난민아동이 겪는 어려움을 생생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생소했던 한국, 기댈 곳은 없어

안녕하세요, 욤비 씨? 반갑습니다. 듣자 하니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가족과도 오래 떨어져 있었다고요. 무려 6년을 떨어져 살았다면 아이들과 다시 만나서도 서먹하셨겠어요?
네, 제가 콩고를 떠날 때만해도 아이들이 매우 어렸기 때문에 ‘아빠와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거든요. 아내와 아이들은 한국에 올 때까지 은신처에 숨어 살았기 때문에 연락하기도 힘들어서 더욱 그랬지요. 다시 만나고도 한참 동안은 아이들이 저를 찾지 않았어요. 무엇이 필요하든 엄마만 찾았어요. 그래서 아빠도 가족의 일원이라는 것, 그 아빠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것이 참 어려웠지요.

아빠라는 가족뿐 아니라 한국이란 나라도 아이들에게 큰 변화였을 텐데요, 아이들이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어떠했나요?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 한국 음식을 먹지 못했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직접 콩고 요리를 해먹여야 했는데 당시 제가 살던 인천에는 외국인이 많이 없었어요. 그러니 아프리카 음식 재료를 구하려면 서울 이태원까지 가야 했지요. 돈이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교회에서 음식을 주긴 했지만 모두 한국 음식이라 아이들은 먹지 못했어요. 삼켰다가도 토했지요. 때문에 아이들에게 한국 음식 좀 먹어 보라고 애걸복걸하는 것이 당시 일과였어요. 한국 오고 첫 달은 내내 그런 식이었어요.

음식만이 아니었어요. 콩고에서, 그것도 은신처에서만 지내온 아이들에게 한국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어요. 한국인은커녕 아시아 사람을 처음 보았으니까요.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나요?
한국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을 신기한 대상으로 여겼어요. 동네 아이들은 학교 가는 길에 우리 아이들을 기다렸다가 괴롭히고 때렸지요. 거의 매일 그랬어요. 당시 저는 성공회대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수업 중에도 전화를 항상 켜 놓아야 했어요. “애들이 때려요”라고 아이들이 언제 전화할지 몰랐거든요. 당시 우리 아이들은 한국어를 할 줄 몰랐기 때문에 직접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었어요. 제가 전화를 받고 신고한 적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동네 길을 모르니 경찰에게 아이가 어디에 있다고 설명할 도리도 없었어요. 그저 ‘길에 있다’고 할 수 밖에요. 그나마 난민지원단체에서 만난 친구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어도 가르쳐주고 이것 저것 많이 도와주어서 상황이 조금씩 나아졌지요.

학교는 어땠나요? 한국어를 몰랐다면 수업을 따라가기도 어려웠을 텐데요.
한국에 왔을 때 우리 아이들은 민족어인 링갈라어와 불어를 썼어요. 한국어를 할 줄 모르니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은 모두 1학년으로 입학했고, 한국어를 익힌 뒤 각자 맞는 학년으로 진급했지요. 딸 패트리시아는 학교 갈 나이가 되지 않아 유치원에 다녔어요. 그렇지만 유치원 과정도 결코 쉽지는 않았지요. 아이들은 학교와 유치원에서 하루 종일 멀뚱멀뚱 앉아서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만 듣다 왔어요. 그러니 아침이면 집을 나서기 싫어했죠. 가기 싫다고 떼를 쓰는 아이들에게 “지금은 힘들어도 곧 무슨 말인지 이해할 거야”라며 열심히 다독여서 보내야 했어요. 때로는 제가 같이 가기도 했고요.

아이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나요?
집에 오면 아이들이 숙제를 했는지 살피고, 불어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몇 분씩 불어로 대화하고 틈틈이 한국어와 영어도 가르쳤어요. 그렇지만 관심을 오래 쏟을 수는 없었어요. 저도 석사과정에 있었고 아이들을 먹여 살릴 돈도 구해야 해서 굉장히 바빴거든요. 미칠 듯이, 정말 미칠 듯이 바빴어요. 그래도 다행히 그 시기를 잘 지나온 것 같네요.

그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와준 적은 없었나요?
전혀요.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 적응은 잘 하고 있는지도 물어보지를 않네요. 난민 지위 때문에 인터뷰 받으러 오라고는 연락 온 적은 있지만 그것 말고는 받은 연락이 없어요.

사진/ 아들 두 명과 딸 두 명을 둔 콩고 출신의 난민 욤비 토나 씨. 욤비 씨는 한국에서 만나본            
난민 부모 모두가 아이들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교실에서 거리에서 - 어디에서나 만나는 차별

아이들이 등하굣길에서 또래에게 맞았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그 외에도 아이들은 어떤 차별을 겪었나요?
아이들이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눈길을 받아요. 사람들이 쳐다보지요. 그냥 스쳐가는 눈빛이 아니라 놀라서 쳐다보고 어떤 때는 우리 아이들을 보며 수군거리다 웃어요. 지하철을 타면 저희 양 옆으로 앉는 사람이 없어요. 지하철이 만원이어도 똑같아요. 그러다 다른 곳에 자리가 나면 사람들이 재빨리 찾아 앉아요. 우리 옆에 있는 빈 자리는 놔두고 말이에요.

고의는 아니었지만 학교 선생님의 실수로 아이가 교실에서 차별을 받은 적도 있어요. 조류 독감이 유행했을 때였는데 선생님이 조류 독감을 설명하면서 ‘이 질병은 우리 나라에 외국인이 들어오면서 생겼어’라고 말했다고 해요. 아이들이 그 말에 겁을 먹고 저희 아들을 피했어요. 그날 아이가 내게 와서 “아무도 나랑 앉으려 하지 않아요. 같이 얘기도 안 하고 밥도 안 먹어서 외로웠어요”라고 말했어요. 저는 학교에 항의했어요. 다행히 학교에서는 바로 이 일을 사과했고 다음 날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조류 독감은 외국인이 아니라 외국에서 들여온 닭이나 오리 등이 옮기는 병이다’라고 고쳐 말해 주었지요.

고쳐 말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었나요?
네, 아이들은 선생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니까요. 한 번은 집에서 딸에게 불어로 뭘 물어봤는데 한국어로 답하는 거예요. 선생님이 ‘집에서도 한국어만 써야 해’라고 말했다는 것이지요. 제가 아무리 “학교에서나 그렇지, 집에서는 불어를 쓰렴”이라고 말해도 울면서 “선생님께서 그러라 하셨어요”라고 말했어요.

이렇게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교사는 아이들을 대할 때 더욱 신경을 써주었으면 해요. 물론 그 선생님은 아이가 한국어를 빨리 배우기 바라는 선의에서 한 말일 거예요. 그래서 그를 원망하지는 않지만 분명 속상한 일이었어요. 교사가 다른 배경을 지닌 학생을 배려하는 방법을 충분히 익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차별과 관련해 한국인 친구들에게 하신 이야기가 있다면서요?
네, 우리 큰 아들한테 들은 이야기예요. 아이가 축구를 매우 잘하고 또 좋아해서 매일 축구 채널을 봐요. 그런데 외국 경기 중 한 관중이 유명한 한국 축구선수에게 인종차별적인 욕을 했다고 해요. 그걸 보는 데 자신도 기분이 안 좋았고 다른 한국인들도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한국인 친구들에게 전하면서 그랬어요, 사실 한국에 있는 외국인은 거의 매일 같이 그 선수와 같은 처지가 된다고요.

욤비 씨도 한국에 와서 험한 욕설과 차별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부모로서 아이들이 욤비 씨와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을까 걱정되진 않으신가요?
물론이에요. 저뿐 아니라 제가 한국에서 만나본 난민 부모 모두가 걱정하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그냥 하는 걱정이 아니에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거든요. 다른 난민들과 대화하다 보면 꼭 하게 되는 이야기가 이것이에요. “5년 후, 10년 후 우리 아이들이 무슨 일을 겪게 될까? 상황이 과연 달라질까?” 안타깝게도 결론은 늘 한국 사회나 한국 정부가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것이에요. 이는 곧 우리 아이들이 우리가 겪은 아픔을 똑같이 겪으리란 뜻이고요. 사실 이미 겪고 있어요. 인종차별적인 괴롭힘은 거리든 교실이든, 어디에나 있거든요.


다문화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교류

자녀가 다른 아이들과 생김새가 다르다고, 쓰는 말이 다르다고 놀림과 차별을 받고 있으니 한국의 다문화 교육이나 다문화가정 지원에 더욱 관심이 많을 것 같아요. 난민아동 부모로서 한국의 다문화가정 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국에서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데 큰 노력을 들이고 있어요. 하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다문화가정이 ‘다문화’가정이라 보기 어려워요. 다문화 교육에 가서 하는 것은 한국어 학습이고 한국 요리 배우기잖아요. 한국 문화를 배우기만 할 뿐이지요. 하지만 진정한 다문화, 즉 다양한 문화가 되려면 한 쪽 문화만 배우는 일방통행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배우는 교류가 이루어져야 해요.

우리 아이들은 한국에 온 뒤 콩고 문화를 잃어가고 있어요. 비단 우리 아이들 문제만은 아니에요. 다른 난민, 다른 이주가정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얼굴을 보지 않는다면 한국인이라고 생각할 만큼 한국어는 유창한 데 우리가 쓰던 링갈라어는 점점 잊고 있어요. 이제는 입맛도 변해서 한국 음식만 먹고 콩고 음식은 먹지 않아요. 보는 TV 채널도, 읽는 책도 모두 한국 것이고요.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만약 콩고의 상황이 좋아져서 우리가 돌아가게 된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요? 아이들은 한국 문화에만 익숙해져 있어요. 고국으로 돌아가면 정체성 문제를 다시 한 번 겪게 될 거예요.

정체성 문제라고 하니 생각나네요. 쓰신 책에 보니 아이들이 ‘독립’이란 단어를 배우면서 콩고의 독립운동보다 유관순을 먼저 떠올렸다는 일화가 나오던데요?
씁쓸하기도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좋은 일이라고도 생각해요. 한국 역사를 통해 유관순과 같은 한국인들이 평화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배울 수 있으니까요. 두 아들은 사회 운동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 역사 공부에도 열심이에요. 한국 역사를 보며 ‘누가 이런 일을 했을까?’, 어떻게 했을까?’, ‘이 같은 일을 콩고 상황에 접목해서 평화를 가져올 수는 없을까?’ 등을 물어보고 고민하거든요. 한국 역사 책도 많이 읽고요.

사실 한국이 얻은 평화에는 전 세계의 역사가 얽혀 있어요.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직접적인 계기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때문이었잖아요. 그런데 미국이 그 원자폭탄에 들어간 우라늄을 가져온 곳이 바로 콩고민주공화국이었어요. 우리 아이들은 그런 역사의 이면을 배우면서 ‘왜 우리나라에는 평화가 오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며 고민해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난민아동은 한국 아동에게는 없는 문화적 배경이나 시각을 갖고 있을 텐데요. 그렇기 때문에 난민아동이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럼요. 우리는 한국에서 살기 때문에 한국 사회나 문화를 익히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 역시 세계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세계화 시대니까요. 한국이 세계로 문을 열어야 하지요. 그러려면 다른 문화,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도 배워야 해요.

한국은 미국이나 일본, 중국에 대해서는 잘 알아요. 하지만 다른 국가, 특히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아는 게 많지 않아요. 하지만 세계화 시대에는 이들을 아는 일도 매우 중요해요. 우리 아이들은 그런 면에서 한국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러려면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해요. 아이들은 홀로 클 수 없으니까요. 한국 사회가 아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해요.


무국적 난민아동, 어딜 가도 외국인인 아이

이제 3개월 된 예쁜 따님이 있다고 들었어요. 한창 손이 많이 갈 때일 텐데, 국적 문제로도 걱정이시라면서요?
네, 걱정이에요. 국적이 없거든요. 한국 법에 따르면 외국인의 자녀는 한국에서 태어나도 한국인이 아니에요. 난민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콩고 법에 따르면 콩고 사람이 해외에서 자녀를 낳으면 부모가 반드시 6개월 내에 출생증명서를 콩고 대사관에 내도록 되어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국적을 주지 않지요. 하지만 우리는 국가로부터 박해를 받고 피해온 난민이에요. 콩고 대사관에 절대 갈 수 없지요. 이는 곧 제 딸이 국적을 얻을 수 없다는 말이에요.

국적을 가진 저희는 국적이 없다는 게 무엇인지 와 닿지 않는데요, 국적이 없으면 어떤 어려움이 생기나요?
콩고의 상황이 좋아져서 우리 가족이 콩고로 돌아간다 해도 저희 막내는 외국인이에요. 부모가 콩고 사람이더라도 콩고 국적을 얻으려면 귀화 신청을 해야 하는 데 ‘원래 국민’이 아니고서는 귀화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요. 귀화를 하더라도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외국인이라는 꼬리표가 남기 때문에 공직이나 전문직을 얻기 어렵고요.

한국에서 자란다 해도 우리 아이들은 외국인이에요. 때문에 한국에서 살려면 비자가 필요해요. 외국인으로 살면 일상 생활에도 어려움이 많아요. 돈이 필요해도 대출을 받기 힘들고 여러 은행 업무도 제한을 받고요. 게다가 비자를 3년 마다 갱신해야 하는 데 이것도 문제예요.

예를 들어볼게요.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데 비자가 1달 남았다고 해봐요. 고용주는 1달 후 불법체류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리를 채용하지 않으려고 해요. 난민이기 때문에 비자가 연장될 거라 말해도 고용주는 비자를 먼저 연장할 것을 요구해요. 하지만 정부에서는 아직 1달이 남았으니 기다리라고 하지요.

이는 저나 우리 딸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에요. 한국에 있는 난민 모두가 겪는 문제예요.


한국이 ‘세계화’를 이해하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길

지금까지 난민아동이 한국에서 겪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요, 그렇다면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나요?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선진국은 경제성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의식과 문화가 발달해야 하고 일상도 선진화되어야 할 거고요. 경제 규모에 비하면 아직 한국의 시민의식은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경제 수준만큼 의식도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사회가 세계화의 참뜻을 이해하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세계화를 위해 한국 문화를 버리라는 말이 아니에요. 한국 문화는 지켜야죠. 저 역시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한국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하지만 다른 문화에도 자리 한 켠을 내줄 수 있는 관용을 보여주었으면 해요. 다른 문화,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세계화 아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도 난민아동을 비롯한 이주배경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아이들이 제 뜻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중요하겠지요.

사진/ 최근 욤비 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지만 “우리 아이들을 비롯한 난민아동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일은 나의 사명”이라며 웃어 보였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욤비 씨는 “한국에서 불어 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워 매번 콩고 영어, 그러니까 콩글리시로 말해야 한다”며 웃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는 그런 말이 무색하리만큼 막힘 없이, 그리고 단호하게 자신과 아이들이 겪었던 이야기, 난민아동 부모로서 한국 사회에 대한 의견을 꺼내 놓았습니다. 그 이야기에 빠져 있다 보니 어느덧 약속한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너무 바쁘신 것 아니에요?”라고 하자 욤비 씨가 껄껄 웃으며 말했습니다.

“고되긴 하지만 괜찮아요. 우리 아이, 그리고 우리 아이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아이들을 위한 일이잖아요. 난민으로서나 부모로서나 난민아동이 겪는 문제를 알리는 것은 제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_글·사진: 고우현(홍보팀)

관련 글
▶ “국내 난민아동 지원방안 마련 절실” - 난민아동 포럼 현장기
▶  난민아동 포럼 -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발표 자료집
▶ 어느 엄마나 같은 마음이랍니다 - 난민아동 부모교육 참관기

다양성을 존중하는 전수하는 세이브더칠드런의 다문화가정 지원 프로그램
▶ ‘언어 두 개, 기쁨 두 배’로 ‘기쁨 열 배’를 만들 때까지 
▶ 엄마 나라를 배우며 한 뼘 자란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