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생일이 두 번 입니다."

1997년, 연변자치주에서 온, 가쁜 숨을 몰아쉬는 14살 어린소녀가  기자들의 플레시 세례를 받으며 한국 땅을 밟았다. 1983년 태어난 이 소녀는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선천성 심장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7살이 될 때까지 걸음을 제대로 못 떼고 할머니에게 업혀 다녀야 했다. 하루걸러 하루는 병원신세를 지는 소녀에게 의사는 30대까지 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고, 가족들은 소녀를 살리기 위해 운영하던 상점을 팔고, 정체불명의 종교집단의 치료에 의존하기도 했다.

 이 소녀가 바로 1997년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의 첫 번째 해외환아 초청수술 대상자로 선정되어 수술을 받은 오미화씨(25세)다. 10년이 지난 지금, 세이브더칠드런과 오미화씨는 금강산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손님인가 했습니다... 어쩐 일로 나를 찾나 했습니다... 이게 꿈인가 싶었습니다.”

갑작스런 방문에 당황한 듯 했던 미화씨는 ‘세이브더칠드런’이라는 말을 듣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1997년 어느 날, TV광고를 본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연변병원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검사를 받았던 미화씨.

“미화가 가서 잘못되면 화장해서 보내준다오.”
“그럼 어떻게 보내요, 포기해요! 보내지 말아요!”

 세이브더칠드런과 첫인연을 맺던날, 부모님의 대화를 미화씨는 잊을 수 없단다.

 한국에 가기로 한 전날 저녁, 마치 죽으러 가는 것 같아 너무 무섭고 겁이 나 엉엉 울었다는 작고 약했던 소녀 미화씨는 이제 건강한 25살의 아가씨가 되어 금강산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냥 있어도 30살을 넘기기 힘들다는데 어떻게 그냥 보고만 있소. 한번 큰 희망걸구 기다리기오.”

가족의 걱정과 희망 속에 미화씨는 10년 전, 8시간에 걸친 성공적인 수술을 마쳤고,  그 후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잔병치레 없이 자랐단다. 이제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의젓한 아가씨가 되었다.

 “커서 어케 되겠다는 꿈을 꿔 본 적이 없었더랬습니다... 근데... 지금은 좋은 사람만나.. 좋은 아내로.. 같이 장사하며 조용하게 살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과의 만남으로 건강 뿐 아니라 꿈도 되찾을 수 있었다는 미화씨는 지금도 병마와 싸우고 있는 해외에서 초청을 받은 환아들 에게 무서웠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어차피 그냥 있으면 죽을 꺼란 말입니다. 근데 죽는다 생각하고 들어오면 새로 태어날 수 있단 말입니다.”

미화씨를 만난 다음날, 남측으로 돌아가려던 세이브더칠드런에게 미화씨는 쇼핑봉투를 전했다. 그 안에는 미화씨가 세이브더칠드런 이상대이사와 직원들에게 전하는 선물들과 메모가 들어있었다. 보기만 해도 늦은 밤 미화씨가 얼마나 고민하고 정성스레 준비한 것인 지 짐작할 수 있었다. 선물과 함께 들어있던 메모에는

생일이 두 번입니다.... 태어난 날과 11월 7일 수술 받은 날입니다...

가족들도 꼭 챙겨주는 날입니다. 이곳에서도 친구들과 꼬박꼬박 챙기고 있습니다...

새로 태어난 날이니까...

세이브더칠드런은 제게는 생명의 은인이란 말입니다.

생막만 해도.. 마음이 아리하단 말입니다....

라고 쓰여 있었다. 미화씨와의 재회를 통해 만남은 희망을 낳는다는 생각을 했다. 또 다시 10년 후, 지금의 미화씨를 닮은 건강한 미화씨의 아이와 함께 세이브더칠드런이 다시 만나 미화씨의 새 꿈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