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과 함께하는 “신나는 영어캠프”

푸드득. 산새가 무언가에 놀란 듯 나뭇가지를 박차고 날아오른다.

“맹고스~맹고스~아~아~아~아~!” “버내너~ 버내너~ 너~너~너~너~!”

꼬마 인디언들이 사냥이라도 하는지 산골짜기를 울리는 아이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그 주범이었다.

고개를 들어 둘러보니 이곳은 뾰족한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산골의 작은 마을. 푸른 눈과 노란색 머리, 어두운 피부색의 이국인들이 친근하게 눈인사를 건낸다. 오월의 산록에 푸르름을 더하는 햇빛은 싱그럽게 피어오른 나뭇잎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장난이라도 벌이는 듯하다. 아.. 순간 필자는 본분을 잊고 아이들처럼 마냥 신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장난감에서 나는 듯한 종소리가 울리고 강당으로 모이라는 방송이 나오자 드디어 정신이 들기 시작한다.

 이곳은 서울영어마을 수유캠프장. 5월의 햇살만큼이나 따스한 에쓰오일의 후원으로 254명의 그룹홈 어린이들이 영어캠프를 시작하는 날이었다. 먼 곳도 아닌, 서울 안에 이런 곳이 다 있구나 싶은 생각에 신기해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영어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모두에게 발급해주는 영어마을용 여권을 받는 곳은 실제 공항 입국 심사관 앞에라도 선 듯 잔뜩 긴장한 얼굴들이 가득이다.  모든 진행과 수업이 영어로만 이루어지자 아이들은 난처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기 시작한다. 심지어 원어민 선생님의 말씀 도중에 서로 수근대기 시작한다.

“뭐라는 거야? 우리 나이 묻는 거야?”

마이네임이즈..라고 말하는 것조차 주저하는 아이들이 결국 한국말은 절대 쓰면 안된다는 영어마을 규칙을 어기고야 말았다. 간절한 눈빛으로 우리말 설명 한마디를 기대하는 아이들의 눈빛을 대한 필자는 앞으로의 6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직접 전화를 걸어 피자를 주문하고 주문 받아보는 것에 마냥 재밌어 했다. 잘 모르는 단어들이지만 그것이 ‘코’인지 ‘눈’인지 맞추었을 때의 희열을 즐기는 듯 했다. 영화관에서 티켓은 어떻게 구입하는지, 우체국에서 편지는 어떻게 부치는지, 호텔에서 방은 어떻게 잡는지 등의 모든 수업을 영어만으로 배워가며 아이들은 차츰 이해되지 않는 언어에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며칠 전 영어에 관한 한 백지같았던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그려나가고 있었다. 그 그림은 예측 불가능하고 알아보기 힘든 것들이었지만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부끄러워하거나 낯설어 하던 눈빛들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6일간의 여정이 끝나갈 때 즈음, 아무리 공기 좋고 전망 좋은 곳이라지만 바깥세상과 단절됐다는 느낌에 이 여정의 끝을 내심 반기고 있던 내게 아이들이 묻는다.

“선생님, 계속 있으면 안되요?” “선생님, 언제 또 오나요?”

마지막 날은 비가 촉촉이 나리고 있었다. 돌아가는 버스를 탄 아이들이 안녕하고 손을 가볍게 흔든다. ‘며칠 한다고 영어가 늘어봤자 얼마나 늘겠어?’라고 내심 회의적이었던 며칠 전 나의 예상은 기분 좋게 빗나가 있었다. 영어는 이차적인 문제였다. 새로운 환경과 주어진 도전에, 내가 아닌 다른 많은 친구들과 얼마나 잘 협력하여 조화롭게 성취해 가는가.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알지 못하는 미래를 써 나갈 충분한 의지가 생기는 것. 5월의 생동하는 공기내음 사이로 손 흔드는 아이들의 눈빛에서 나는 그것들을 보았다. 아.. 참으로 아름다운 계절이구나. (글 자원개발팀 장현민 hyunmin.chang@sc.or.kr)